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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명 팀 업무 관리에 Trello를 적용한 이유
    업무 협업 툴 사용법 2022. 5. 4. 16:58

    팀장이 되어 팀원 15명을 관리하기 시작한 뒤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일을 지시하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에 근본적인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약 3개월 동안 회사에서 기존 하던 방식대로 관리했다.

    1. 작고 단순한 업무는 가볍게 말이나 메신저로 지시 (이 당시 카톡)

    2. 크고 복잡한 업무는 메일로 지시, 진행 사항은 회사 다이어리에 기록

     

    일은 점점 커지며 많아졌고, 점점 더 복잡해졌다.

    메일 제목에 RE: FW: 표식과 관련 담당자들이 소통한 흔적이 지구 한 바퀴라도 감을 기세로 길어졌다.

    게다가 정말 그게 뭐라고 예의 격식 차리느라 써진 글이 화면 가득이다.

     

    "A님, 안녕하세요. B입니다. 제가 요청드린 건에 대해 피드백주셔서 감사드립니다. A님께서 보내주신 의견에 따라 수정된 계획을 공유드리오니, 유첨된 파일 내용을 검토해주시고 회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대충 검토 후 답장달라는 말. 같은 회사에 다니는데 탄원서라도 쓰나?)

     

    어떤 일은 최종 실행 직전에 보류되기도 하고, 방향이 바뀌기도 했다.

    보류된 일은 시간에 따라 기록되는 다이어리나 메일에서 묻히는 일이 생겼고

    방향이 크게 바뀐 일은 핵심 키워드가 바뀌었다. 관련 자료를 찾는 데 소비되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그나마 내가 기억을 해야 묻힌 자료를 찾을 기회가 생긴다는 불안 요소였다.

     

    중요한 메일이 묻히는 것은 순식간이다. (2~3 페이지만 넘어가도 기억하는게 없으면 안 본다.)

    가장 중요하게 관리할 일은 지금 진행 중인 일이다.

    현재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메일이나 다이어리의 과거 기록에 의존하는 건 방법이 틀렸다.

    현재 진행 중인 일과 미래에 해야 할 일을 관리해야 했다.

     

    Trello는 예전에 지나가면서 대충 봤던 게 떠올라, 이거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작했었다.

     


    Trello 도입 검토 첫 단계

    지금 "진행 중"인 일들을 다이어리, 메일, 내 기억에서 모조리 꺼내 Trello "진행 중" 리스트에 카드로 등록했다.

    일이 무엇으로부터 시작해서 왜 하는지 등 내용은 Description에 작성하고, 유의미한 첨부 파일만 골라 업로드했다.

    관련 담당자들이 메일로 소통한 흔적에서 필요한 내용만 추려 코멘트로 이력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팀원들 중 몇 명을 초대해 시범 운영을 했다.

     

    1~2주일 파일럿 운영을 해봤는데, 나와 팀원들은 전부 같은 불편함을 느꼈었다.

    규모가 큰 업무는 막상 착수했을 때 하위 업무가 추가되고, 또 그 하위 업무, 또 그 하위 업무가 추가되는 일이 잦다.

    처음엔 Trello 카드에 Checklist 기능을 사용했지만 하위 업무 관리하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리고, 완료된 카드를 "완료" 리스트에 모으거나 Archive 하는 행동이 뭔가 애매했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에서는 오히려 이것이 장점인데,

    당시 느끼기로는 마치, Trello가 "끝나도 끝난게 아니야" 라는 말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완전한 논리적 구상이 가능한 다른 툴을 찾기 시작했다.

    (글 내용 외에도 여러 툴을 검토했는데, 결과적으로 툴의 활용성이 중요했다.)

     


    Trello 대체할 툴 탐색 단계 (고통의 시작)

    • Microsoft - To do / 심플함에 잠깐 맛만 봄

    Trello 에서 느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하위 업무를 관리할 수 있는 대체 툴을 찾으며

    가장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의 "To-do"를 검토했다.

    팀원 한 명하고만 테스트를 해봤는데, 어플은 가볍고 빨랐지만 기능과 성능이 불쾌했다.

    파일 업로드는 굉장히 불안정했고, 완료된 일은 계속 쌓이는데 정리하려면 삭제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도입 검토 대상에서 빠르게 제거했다.

     

    • Asana / 전문성에 잠시 콩깍지

    하위 업무를 2단계로 등록 가능하고 담당자 지정, 기한 설정, 깔끔한 Description, 약간의 채팅 기능.

    "To do" 에서 느낀 불쾌함 때문에 이 툴을 사용하는 기업이 무엇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NASA에서도 사용한다니! 이상한 신뢰감이 생겼다. 비즈니스 Trial을 신청해서 사용해봤다.

    UI는 전반적으로 화사했고, Trello가 가진 특유의 가벼운 분위기가 없었다. 완전히 기업용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모바일 어플도 깔끔하고 반응 속도도 나쁘지 않았다.

    Task를 완료 체크할 때 나타나는 애니메이션 효과가 쾌감을 줬다.

    모든 게 완벽해보였다. 담당자 지정에서 발목이 삐끗하기 전 까지는.

     

    "이거 Taks에 담당자 한 명만 지정되네요?"

    "너무 산만해요. 뭐 하나 변경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협업자라는 다른 속성에 추가할 수도 있지만, 겉에서 보여지지 않았다. (???: 저는 뭘 하면 되나요?)

    한 명만 지정하는 게 명확한 책임을 주겠지만, 그건 사용자가 선택할 일이다.

    하위 업무 등록이 여러 단계로 가능한 것도 아니고, 일의 방향이 바뀔 때는 이것을 조작하는 게 오히려 독이었다.

    손이 정말 많이 필요했다. PC에서 조작할 때와 모바일에서 조작할 때 제어 가능한 기능도 너무 달랐다.

    복잡한 UI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Asana는 정말 잘 만들어진 툴이 맞다. 기능이 정말 많다.

    그 많은 기능을 모두 보여주려니 화면은 복잡했다.

    Task 를 클릭하면 나오는 자세한 정보와 관리 기능 버튼들은 사용하지 않을 기능까지 모두 보였다.

    참고로 업무 특성이 굉장히 섬세해서 Asana를 조작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비해도 괜찮다면 Asana를 써보기를 바란다.

    (일을 잘하기 위해 Asana를 도입했더니 Asana를 위해 일하고 있네?)

    일을 실제로 물 흐르듯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 특성과는 맞지 않았다.

    그리고 Trial 이용이 끝나자 무료 플랜은 사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Trial 기간이 종료되자 닫기 버튼도 없는 결제안내 팝업이 모든 UI를 조작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아마 NASA같은 곳에서는 Enterprise 계약으로 많은 기능을 수정해서 사용할 것 같다.

     

    • Flow -> Agit -> Naver works  -> Kakao work -> Monday -> Jira -> Dooray...

    이 글의 목적은 각 툴의 장단점 비교가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생략해본다.

    여러 협업툴을 만져보면서 느낀 건, 세상에 완벽한 툴은 없다는 사실이다.

    각 툴마다 장단점이 있었고 어떤 툴은 조악하다 못해 2000년대 홈페이지 게시판 수준의 기능밖에 없었다.

     

    이 쯤에서 완벽한 툴을 찾는 건 멈추고 생각을 바꿨다.

    만약 내가 유능한 프로그래머라서 내가 필요한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한다면, 과연 다른 팀원들에게도 완벽한 툴이 될까?

    스파이더맨이 아이언맨 슈트를 입어도 만족할까?

     

    시간은 재깍재깍 흘러가는데, 완벽한 도구를 찾느라 일을 관리하자는 목적은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그때부터 목적에 집중했다. 목적을 이루려면 완벽한 도구가 아니라 좋은 도구만 있으면 됐다.

     


    원점으로 (생각을 바꾸자)

    좋은 도구란 뭘까? 이렇게 생각했다.

    가벼운 조작감, 직관적이고 쉬운 사용법, 접근하기 쉬울 것, 확장성, 가변적 기능

     

    처음 접했던 Trello를 다시 들여다봤다.

    전 세계에 사용자가 많아서 그런지 확장 기능이 굉장히 많았다.

    수 많은 개발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만들고 있다.

     

    Power-ups 매뉴와 Automation 매뉴를 유심히 관찰해보니

    Trello는 오히려 내가 찾던 완벽한 툴 보다 더 활용성이 좋아보였다.

     

    어떤 기능을 추가해서 사용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 기능만 빼면 끝이다.

    필요한 기능은 아무때나 아무런 비용없이 가감이 가능했다.

     

    원하는 한 가지 기능 때문에 원하지 않는 기능을 돈 들여가며 쓸 필요도 없었다.

    장치에 비유하자면 Asana, Flow, Monday 같은 툴은 옛날 산업용 PDA, Trello는 스마트폰 같았다.

    참고로 요즘 산업용 PDA는 MC (Mobile Computer), TC (Touch Computer) 형태로 많이 나오는데

    일반 스마트폰과 거의 똑같다.

     

    직관성, 확장성, 비용 효율 때문에 Trello로 마음을 굳히고 실제 업무에 활용했다.

     

    Trello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하위 업무 관리가 안 된다는 단점은 나의 문제였다.

    일의 단위를 작고 현실적으로 나누어 모래시계 속에서 모래 떨어지듯 다뤄야 했는데,

    나는 모래시계 속에 돌을 넣어두곤 막혔다고 느낀 것이다.

     

    일을 잘게 쪼개서 카드로 등록하고 Description, Comments를 잘 활용하면 어려울 게 없었다.

    연관된 카드끼리는 서로 카드 링크를 걸어두면 그만이었다.

    Description에 여러 양식을 표현할 수 있었다. URL, Card, 제목, List..

    Rules 에서는 섬세한 자동 제어가 가능했다.

     

    나는 팀원이 피드백 단계까지만 카드를 이동할 수 있게 한 뒤, 완료 리스트로 넘기는 건 내가 직접 했다.

    최종 완료 전 빠진 내용이나 위험 요소는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민감한 업무는 카드 등록, 리스트 이동, 내용 추가 때마다 담당자에게 이메일 발송 기능을 넣었다.

    다음 달에 추가할 기능은 문자 메시지 발송이다. (이건 필요하신분 있으면 글로 써보겠음)

     

    카드에 허례허식 장문, 격식체 금지 조항도 만들어서 요점만 적도록 했다.

     

    기존에 이메일로 업무를 공유할 때는 피드백 한 번 받으려면 세월이 깍였었다.

    보고 형식의 문서를 만들기 위해 양식 만들고, 표 만들고, 빈 공간 채운다고 쓸데없는 내용도 추가됐었다.

     

    다들 적응한 지금은 카드만 보면 된다.

     

    Trello를 처음 접했을 때 애매하다고 느꼈던 Archive 개념은 Trello를 부담 없이 쓰는 데 도움이 됐다.

    다른 툴을 검토할 때 어려웠던 일은 완료된 카드를 눈 앞에서 치우는 일이었다.

    카드를 완료에 영원히 쌓아두거나 삭제하는 방법 밖에 없다보니, 혹시 나중을 위해 지우지 못하게 됐다.

    복원 기능이 있는 툴도 있었지만, Archive에서 꺼내는 것과 Restore 복원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혹시 완벽한 툴을 찾다가 돈과 시간만 버리고 있다면 좋은 툴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길 바랍니다.

     

    물론, 지금도 Trello를 사용하면서 다른 툴이 눈에 들어오지만 지금에 만족합니다.

    (Trello 제작사에게는 미안하지만, 유료 플랜은 안 쓸겁니다. 무료로도 충분하네요.)

     

    아 참.

    메신저는 Slack으로 도입하면서 "네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대신 OK 이모티콘으로 반응하기로 약속했는데

    팀원들 반응 속도가 100배는 빨라졌다.

    아마 대답을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없어서 그런듯

    "네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는 OK 클릭 한 번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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